나이 마흔하나에 만화보고 울어도 되나?

어려서 부터 남자의 덕목(?)중 하나는 눈물을 함부로 흘려서도 않되고 남에게 보여서도 않된다고 배워왔다. 공익광고였던가? "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" 라는 멘트처럼 눈물 나는 상황에서도 소변 참듯 참으려고 애썼던 기억들도 많다.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니 솔직히 말해서 30을 넘기면서 개인적으로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상황을 겪고 난 이후로 그 눈물이라는 것이 참아지질 않는다.

남자들은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고 한다. 하지만 그보다 더 약한 것은 아이의 눈물이고 사실은 그보다 더 약한 것은 부모의 눈물이다. 울며불며 매달리는 여자의 눈물에는 냉담할 수 있어도 자식이 흘리는 눈물에는 어떻게 손 써볼 방법이 없다. 아이가 3살때이던가? 애기엄마가 먼저 출근하는 바람에 내가 아이를 베이비시터(한국말로 뭘로 불러야 하는 지 몰라서...탁아소? 지금 미국에 살다보니 이렇게 가끔 한국말이 퍼뜩 안 떠오를때가 많다. 이해해 주시길...)에게 맡기러 갔다. 생글생글 웃던 아이가 그 집의 문을 보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하는데 말 그대로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. 난 결국 회사에 전화해서 결근 신청을 하고 그 날 하루종일을 아이와 함께 보냈다. 하지만 이 기억은 아이를 어쩔수 없이 베이비시터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애써 지워야 했다. 평생을 기억속에 남아 가슴을 쥐어 뜯는 것은 부모님의 눈물이라는 걸 이 나이 되어서야 깨닫는다.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흘리신 아버지의 눈물, 내가 군대갈 때 손수건을 쥐시며 흘리신 어머니의 눈물,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내 두손을 꼭 쥐시며 하염없이 우시며 흘리신 아버지, 어머니의 눈물....이제 그분들의 나이를 쫓아 가다보니 당시의 아버지, 어머니를 생각한다. 그래서 더 눈물이 난다.

눈물은 눈물 흘린 기억들이 마음속을 뒤 흔들면서 가속이 붙는 것 같다.

강풀의 "그대를 사랑합니다"라는 만화를 보는 내내 한컷 한컷마다 지난 기억속에서 내가 흘린 눈물, 내가 본 눈물 들이 뒤엉켜 내 가슴을 뒤 흔들어 버린다. 세상과 맞설 때는 흔들림없이 나를 지켜내면서도 그 만화속에 잔뜩 고인 눈물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 나를 본다.

이제 나이를 먹기 시작하는 구나....

by Daniel박 | 2008/02/13 07:02 | Life building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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